다른 세상
텅 빈 심연의 한가운데서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게 다예요?”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지나쳐 끝없이 뻗은 잉크처럼 새까만 어둠을 빼고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감각을 영원까지 늘일 수 있다면, 아마 내가 지금 느끼는 것과 꽤 비슷한 기분이 될 것이다. 그래도, 술 취한 화물차 타이어에 짓눌려 아스팔트에 나뒹굴며 피 흘리던 것보다는 나았다. 이 저주받을 장소에 도착한 이래 내 주변에 있던 것은 어항에 담긴 금붕어 한 마리가 다였다. 그것을 입에서 거품을 연신 뿜으며 그 동글납작한 눈으로 날 비스듬히 응시했다. “뭘 기대했느냐?” 그 낮고 굵은 목소리가 주위의 공허를 뒤흔들었다. 보이지 않는 벽들이 요동쳤다. “모르겠네요.” 나는 쫑알거렸다. “천당, 지옥 같은… 뭐 그런 것들? 엘리시움… 타르타..
공포단편 번역
2020. 5. 21.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