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의 소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온갖 험한 말과 중얼거림들이 잦아들었다. 보라색 넥타이를 맨 남자가 들어오면서부터였다. 그는 단 한 발짝도 어긋나지 않는 신중한 걸음걸이로 군중을 헤쳤다. 피부는 군데군데가 더러운 누르스름한 색에, 겉으로 드러난 팔뚝 위아래로는 수없이 많은 푸른 핏줄이 맥동하고 있었다. 그는 군중을 무시하며 고조되는 상황만을 지켜보았다.
제복을 입은 네 명의 간수들이 죄수 번호 1106을 구속하려 했다. 놈에게서 흘러내린 땀과 눈물이 거스러미가 인 의자의 닳아빠진 가죽끈에 스며들었다. 아주 늙은 그 죄수는 얼마 없는 적갈색 점프슈트를 입고 있었다. 주름진 눈이 툭 불거져 나온 그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기침을 하고 이를 갈아댔다. 구석에 몰린 개를 보는 것 같았다. 1106호의 적갈색 바지에 어두운 얼룩이 들었다. 간수 한 명이 돌연 제 손을 붙잡은 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노쇠한 죄수가 거기에서 뜯어낸 살 한 움큼을 질겅거리고 있었다.
예의 바른 웃음과 함께, 보라색 넥타이의 남자가 쓰러진 간수를 대신해 죄수에게 다가갔다. 1106호의 손목을 단단히 쥔 채 우지끈, 죄수는 이제 오른손을 쓸 수 없었다. 마침내 죄수를 완전히 구속한 간수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재빨리 물러났다. 보라색 넥타이가 1106호에게 미소 지었다. 그의 증오로 가득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죄수 번호 1106. 본명 토마스 블레이크. 당신은 본인이 거주하던 연립주택에서 3급 살인과 방화를 저질러 26인의 사망자를 낸 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새로운 형기는 100년입니다. 이번에 남길 말이 있습니까?”
나무 의자에 묶인 노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작고 처량한 인간의 껍질처럼 보였다. 그의 눈동자 속 분노와 공포가 차츰 희미해지고, 이제는 간절한 애원의 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1106호는 보라색 넥타이를 똑바로 응시했다. 너무나도 늙은 그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마디 메마른 속삭임이 죄수로부터 울려 퍼졌다.
“제발… 그만… 해주시오. 피곤해… 너무.”
군중이 일제히 그를 노려보았다. 누군가의 기침 한 번. 그리곤 아무 말도 없었다.
보라색 넥타이의 미소가 더욱 커졌다. 그의 한 손이 1106호의 이마에 부드럽게 얹혔다. 1106호는 그의 처형자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절박하게,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애써 부인하며 그의 눈물 젖은 눈이 감겼다. 보라색 넥타이의 팔뚝에 힘이 들어갔다. 핏줄이 떨렸다.
물이 막힌 배수구를 힘겹게 지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1106호의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몇 가닥 없던 머리칼이 두꺼워지고 검게 변했다. 막대기처럼 깡마른 몸이 이제 떡 벌어지고 다부진 체구가 되었다. 불규칙적이던 심박이 힘을 되찾았다.
다시 젊어진 것이다.
보라색 넥타이가 이제 십 대가 된 죄수의 이마에서 손을 떼자, 그 목소리가 침묵을 지키는 청중들 틈으로 떠돌았다.
“이것이 열 번째, 앞으로 열여섯 번의 형기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