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따라다니는 눈이 있다. 공원 벤치에서 날 음흉하게 노려보던 노인이 시작이었다. “하루종일도 쳐다볼 수 있겠는걸.” 그가 말했다. 창백한 살갗을 둔하게 늘어뜨리던, 그의 적갈색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나는 걸음을 재촉하여 그곳을 떠났다.
아침에 생긴 비 웅덩이를 지나치는데, 커다란 눈알이 반사되었다. 날 보고 있었다. 빛으로 인한 착시겠지. 내가 잘못 본 거겠지. 그 노인이 날 뒤흔들었고 거기에 영향을 받은 것뿐이야.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고.
집 현관에 들어서며 곤두선 눈길로 몇 번이나 등 뒤를 훑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집의 우편함이 날 맞아주었다. 깜빡이지도 않고 이쪽을 바라보며.
스테인리스 찻주전자가 끓는 내내 날 바라보았다. 찻잔에 담긴 적갈색의 홍채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은 어디에나 있었다. 반사될 수 있는 어디에든. 날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날 돌아버리게 할 거야.
나는 가위를 집어 들고 두 번 휘둘렀다. 다시는 그 눈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내 머릿속에서 나는 눈을 본다. 그곳에서 날 지켜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