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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0. 9.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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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죄다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들이에요.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라지요. 확실한 건 전부 빌어먹게 미쳤다는 거니까요. 우리가 매일 저녁을 같이 먹는다는 게 사실 놀라울 정도랍니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더더욱.

 

내가 아는 한 난 이 가족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얘야, 거기 네 접시의 구운고기를 먹지 않거든, 금세 식운고기가 되어버릴걸?”

 

제레미 색스턴이에요, 우리 아빠고, 아빠들 개그가 다 그렇죠 뭐. 나만 빼고 온 가족이 깔깔대고 웃네요. 아빠는 언제나 완벽하게 보이려고 해요. 심지어 웃을 때도요. 저 완벽한 미소에 완벽한 머리, 완벽하게 푸른 눈. 그런 것들로 2주에 한 번씩은 스트리퍼랑 창녀들을 꾀어와요. 그리곤 차고로 들어가다 엄마랑 마주쳐서 마치 바람을 피우려다 걸린 것처럼 연기를 하죠, 두 분이서 사이좋게 그녀들을 난도질하기 전에 말이에요. 아니, 가끔 그들도 있어요. 결국 죽는 건 똑같지만요. 최소한 아빠가 능숙하기는 한가 봐요. 죽인 사람은 스물셋이에요.

 

 

,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잘생기면서 동시에 재미있기까지 한 거예요? 운도 좋지, 보통 사람들은 그 둘 중의 하나만 가지고 있는데!”

 

아비게일 색스턴, 우리 엄마죠. 엄마는 떠드는 거랑, 옷 입는 거랑,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자기가 50년대에 사는 것처럼 굴어요. 엄마는 집 안에서 자기가 할 일이라곤 쓸고, 닦고, 요리하는 게 전부라고 굳게 믿고 있죠. 또 자기가 핫한 미시라고도 믿는데, 그래서 가끔 불쌍한 애들이랑 배달부를 꼬드겨서 독살하곤 튤립 비료로 써버려요. 이래서 내가 더 이상 택배를 안 시킨다니까요. 죽인 사람은 열둘이에요.

 

 

야 띨빡아, 넌 언제쯤 사람 죽여볼 거야?”

 

저 짜증 나게 새된,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목소리는 우리 누나 캐시 색스턴 거예요. 누나는 지가 엄청 섹시한 줄 알죠; 졸업파티 여왕으로 선정되고, 구독자 50만 명의 인플루언서에, 모두가 꿈꿔 마지않는 십 대 소녀라나요. 최소한 학교 신문은 그렇게 떠들더라고요. 누나는 다섯 학교를 거치면서 다섯 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어요. 자기 딴엔 교활한 일처리라는데, 퍽이나. 죽인 사람은 다섯이에요.

 

 

자러 갈 거야.” 나는 일어서요.

 

얘야, 방에 틀어박혀서 너무 오래 있지 말렴, 그러다간 글쎄, 연쇄살인마라도 되어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리곤 일제히 웃음이 터지죠.

 

나는 방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요. 올리비아 트렌트가 자기 몸을 긍정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사진을 올려놨네요.

 

이거 안 좋은데. 나는 생각해요.

 

다행히 일회용 계정을 마구잡이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미리 짜뒀죠. 즉각 비활성화할 수 있고 추적도 안 되는 걸로요. 이번에는 그 애한테 뭘 보내야 할까요. 또 몸무게를 물고 늘어져 볼까요? 아니면 한창 이혼 소송 중인 부모를 건드릴 수도 있죠. 뭐든 간에 그 애가 상담사를 찾아가기 전에 해치워야 해요. 상담사가 끼면 일이 별로 잘 안 되거든요.

 

나는 자판을 두들겨요 좆돼지년, 살 좀 빼라 느그 애비가

 

나는 손을 멈춰요.

 

밖에서 우리 괴짜들이 하도 웃고 떠드는 통에 집중이 안 되네요. 진지하게, 진 지 하 게 난 이 돌아버린 가족과는 안 어울려요.

 

아마추어들 같으니라고.

 

-제레미아 색스턴, 죽인 사람은 112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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