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항아리

“좋은 아침, 일어날 시간이랍니다!” 눈을 뜨자 간호사인 주디가 아침 투여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나는 침대에 앉아 소매를 걷어 올렸다. 피부를 파고드는 바늘과 그를 통해 정맥으로 흘러드는 약물이 느껴졌다. 간호사가 크게 미소지었다. “잘했어요! 이제 아침 먹으러 구내식당에 가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친구라고… 여긴 내 친구라곤 없다. 내 친구들은 거의 백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단 말이야. 삶을 즐기고, 학교에서 새로운 걸 배우고, 파티에도 나가면서 말이야. 청춘을 이렇게 정신병동에서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날 여기에 넣었다. 학교에서 재차 공황 발작을 일으킨 뒤에. 난 통제를 잃었고 그만 멍청한 짓을 할 뻔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멍청해 보이는걸…. 돌아버린 노라의 병실을 지나쳤..

공포단편 번역 2019. 10. 10. 22:02

보기 전 : 슬래셔? 요즘 희한하게 슬래셔가 많이 잡힌다. 보면서 : 버려진 집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하나둘 살해당하는 이야기. 본 다음 :다른 거 다 그렇다 치고.. 첫 살인이 곧장 경찰로 이어지면 이야기가 어그러질까봐 이 부분 해결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억지스런 장광설로 틀어막은 것 같다. 무엇보다 살인의 텀이 워낙 길어서 긴장감이 다 축축 늘어진다. 그나마 인상적인 건 악귀처럼 칼을 휘두르다가 트라우마가 발동되어서 아기처럼 울며 빛을 좇아 뛰어가는 살인마뿐.

영화감상 2019. 10. 10. 21:08

사망자의 친구는 그녀가 돌연 고꾸라졌다고 증언했다. 그리곤 어두운 빛깔의, 기이한 포말이 그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직후 그녀는 사망했다. 최근 그녀의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한 가지 공통되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최근 이상하게 행동했다. 항상 고통에 잠겨 있는 것처럼. 그러나 결코 의사를 보러 가진 않았다. 병원 공포증을 가진 까닭이었고,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엄밀히 말해 직접적인 사인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공포증이야말로 그녀의 죽음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진짜 사인이야말로 내가 이 사건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영영 잊으려 발버둥치는 이유다. 나는 이 이상의 작업을 손에서 내려놓고 사건을 접으려 한다. 그렇다 한들 이미 뇌리에 박인 인상마저 지울 순 없지만. 왜, 궁금..

공포단편 번역 2019. 10. 9. 22:29

보기 전 : 아무것도 모르고 보았다. 검은 털북숭이가 여자 목을 뒤에서 낚아채는 포스터를 본 기억이 난다. 보면서 : 태곳적 지구에 떨어진 사탄 비스무리한 눈에 기억을 저장하는 생명체가 이백만년만에 되살아나며 벌이는 이야기. 본 다음 : 크리스토퍼 리랑 피터 커싱을 불러놓곤 나머지는 다 억지로 채웠다. 기억을 눈에 저장하는 건 그렇다 쳐도 기억이라는 게 물방울에 맺혀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건가.. 초반부터 입바른 소리만 하던 사제는 왜 아무 징후도 없이 사탄이여 나의 주인이여 종이 되겠나이다 발바닥이나 핥고 있나

영화감상 2019. 10. 9. 21:39

보기 전 : 전혀 모르고 보았다. 보면서 :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들 죽이고 다니다가 잡힘. 끝. 본 다음 : 진짜 저게 다다.. 뭐 그 동안에 기대되는 거라면 연출이나 특수효과 긴장감 유지 등등.. 하나도 없다. 다만 괴물 첫등장이 보통 은밀한 와중 한두명 죽으며 이루어지는 데 비해 이 영화는 빠꾸 없이 바로 대학살극 벌이면서 마을 전체가 외계괴물 대항해서 전쟁 준비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 뒤로 이어지는 게 별 거 없다는 거지만

영화감상 2019. 10. 8. 21:42

보기 전 : 막장일건 뻔하고, 얼마나 개막장이냐에 따라 평이 갈릴 것 같다 보면서 : 고대 전기톱 신앙??을 숭상하는 집단의 음모를 그린 영화다. 본 다음 : 초반에 주의문이 나온다. 이 영화의 모든 전기톱은 실제이며 전문가 입회 하에 촬영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적인 상황에서 전기톱의 사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근데 뭐.. 기대 이하다. 전기톱이 진짜라서 그런지 베우들이 쫄아있는게 눈에 보이고, 굳이 전문가가 입회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심심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영화감상 2019. 10. 7. 14:19

보기 전 : 슬래셔영화. 딱 봐도 보면서 : 폐쇄된 가구점 지하(넓음. 비정상적으로)에서 살인마와 숨바꼭질을 벌이게 된 청춘남녀 이야기 본 다음 : 뭐 딱히 좋고 나쁘고 할 게 없는 고립슬래셔물이다. 다만 처음부터 누가 봐도 얘가 범인이고 나쁜놈이예요! 하면서 넣는 게 너무 과다해서 반전이 반전같지 않았다.

영화감상 2019. 10. 5. 15:11

보기 전 : 공포물인건 확실한데, 괴수/외계인/귀신이냐가 문제. 보면서 : 이 영화 자체가 문제. 본 다음 : 우주선이 떨어져서 거기서 괴물이 나온다. 잡힌다. 끝. 진짜 이게 끝이다. 이 이상의 내용이 하나도 없다. 악의적인 말 같겠지만 이 사이에 등장하는 장면이래봐야 누가 봐도 벌어져야 할 일들이 무성의한 기색으로 반복될 뿐이다.

영화감상 2019. 10. 3.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