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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2. 1. 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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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지불에 문제가 생겨서 집세를 제때 낼 수 없었다. 아파트로 돌아오자 집은 사방으로 육십 센티씩 줄어 있었다. 방의 넓이는 3평쯤 되었다.

 

나는 건물 구석의 창문 있는 방에 살았다. 거리를 보면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뜻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 얼어붙은 세상은 이제 수십억 명의 노숙자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콘크릿 블록 타워에 집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불쌍한 치들은 끊임없이 발을 끌며 걷다 쓰러져 자신과 다르지 않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짓밟혔다.

 

별 상관은 없고, 집주인과 이야기하기에 너무 피곤해서 차가운 침대에 몸부터 묻어야 했다. 생장하는 콘크릿 칸막이에 삽입할 신축성 관을 열여섯 시간 동안 조립하면 그렇게 된다. 내일도 똑같은 일이 시시포스의 굴레처럼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곯아떨어지자마자 침대가 움직이는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금속으로 된 침대 다리가 바닥을 할퀴며 가로질렀다. 방이 줄어들고 있었다. 덩치를 키운 벽이 내 가구와 소지품들을 으스러뜨렸다. 그 와중 내 왼 다리가 그래선 안 될 방향으로 꺾였고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아무도 그래 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

 

그러자 인터컴에서 웃음소리가 나더니 방이 줄어드는 것도 멈추었다.

 

1.5. 이제 창문도 보이지 않았다.

 

내일까진 갖고 오세요, 안 그럼 뼈를 갈아서 빵으로 쪄 버릴 테니까.”

 

집주인 그레셤이었다. 개새끼.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연체금이 있는 채무자를 분쇄 처리하는 것은 합법이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면 더 나은 가격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수도 있었다.

 

방에서 기어 나와 비좁은 복도에 섰다. 이웃집 딸인 샐리가 복도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가족 모두가 쓰기에 너무 좁았다. 참 친절한 아이였지만 그 아이가 자라서 다시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대체 어떤 비참한 삶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뛰어넘은 뒤 깡충깡충 걸어서 출근했다. 안 그래도 비좁은 복도에 발을 끄는 소리가 울리게 할 순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만큼 생각이 좀 깊으면 좋으련만.

 

혼잡한 적층 교량을 건너면 내 직장인 콘크리토리움 #445686 건물이 나온다. 나는 근처의 건물들이 시시각각 크기를 바꾸는 것을 보았다. 건물주들은 그들의 세입자들이 낼 수 있는 만큼의 공간만을 제공했다.

 

일터에 들어서는데 감독관이 날 불러세웠다. “자네가 이번 곗돈 내기 우승자라서, 그거 정산하느라 급여 처리가 늦어진 거야!”

 

농담할 기분이 아니라고 말하자 감독관은 내 구좌를 확인해보라고 했다. 눈물이 다 났다. 백만 달러가 넘는 돈이 거기 찍혀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그레샴에게 돈을 냈고, 그렇게 방도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내가 곗돈을 탔다고 말하자 그레샴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한 층 전체를 다 쓰고 싶었다.

 

살아있는 콘크릿 벽들이 조금씩 바깥으로 밀려났다. 내 방 바깥의 다른 방을 뭉개고 그곳의 주민들을 으깨버리며. 옆집의 샐리와 그 애의 부모가 흐느끼는 게 들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더 큰 집을 원했다: 나에겐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걸.

 

이 돈이면, 적어도 하루 동안은 이렇게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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