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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글자(The words in the sky)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19. 12. 1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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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누군가가 그녀를 텅 빈 방에 가둔 채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무언가 에너지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뱃속이 요동치는 것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결국 그것이 제 체지방을 분해하기 시작할 때까지요.

 

화요일,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녀는 현관으로 달려갔지만 코앞에서 문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윽고 불길이 그녀를 핥아 내렸습니다. 그녀가 옴짝달싹 못 한 채 열과 연기에 휩싸여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때 말이죠.

 

제 몸이 천천히 요리되는 매 촌각의 고통을 그녀는 느꼈습니다.

 

수요일, 그녀는 벌레들에게 물어뜯겨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창문을 통해 짓쳐들어온 벌레들은 그녀를 뼈가 드러나도록 먹어치웠습니다.

 

그녀는 살결을 파고드는 자그마한 발톱 하나하나를 모조리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자 굼질거리는 벌레들만이 가슴팍을 채웠습니다.

 

목요일, 그녀는 동사(凍死)하였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칠 즈음 그녀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고작 일 분 뒤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얼어붙은 길바닥에 고꾸라지며, 그녀는 온몸의 장기가 하나하나 생명을 잃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오늘, 눈을 뜨며 그녀는 또 다른 끔찍한 죽음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몇 번이고 죽음을 겪더라도 그녀는 똑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습니다. 비명도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요.

 

그녀는 모든 죽음을 생생하게 기억했습니다. 벌레의 이빨, 굶주림 그리고 추위까지.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늘 위편에는 어떤 글자들이 거울처럼 뒤집혀 쓰여 있었습니다.

 

그 의미는 몰랐지만 그녀는 하늘 위편의 글자들을 증오했습니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알았습니다. 자신의 고통이 그 글자와 연관되어있는 것을.

 

이전의 모든 죽음을 곱씹으며 그녀는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심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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