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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보이나요?(Who is this girl?)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19. 11. 1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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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인터넷 유행이었다.

 

그날 밤, 누군가가 유명한 밈 사이트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캡션에는 그녀가 보이나요?”라고 써 있었다.

 

숲을 찍은 오래되고 지글거리는 사진이었다. 가운데를 흐르는 강이 있고, 왼편 둑에 동양인 소녀가 한 명 서 있었다.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으며.

 

그녀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들에 의하자면 그렇다. 그들은 소녀가 9살에서 13살쯤 되었으며 긴 노란색 드레스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강만 보일 뿐 어디에도 소녀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저 핫한 유행이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소문이 번지며 점차 이 일에 기이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신경과학과 시각학적 관점에서 이 일을 파헤쳤지만 똑 부러지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언론인과 네티즌 수사대들은 소녀가 누구인지 사진 속 장소는 어디인지 골몰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사진을 업로드한 계정 또한 추적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음모론자들은 정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첨단 이미징 기술을 시험 중이라며 떠들어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사진에 귀신이 들렸다고들 말했다. 사람들은 점차 그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초 업로드된 날로부터 석 달이 지났고 아무 일도 더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제 일상에 파묻혔다. 사진은 잊혀졌다.

 

그리고 다른 사진이 올라왔다. 캡션은 처음과 동일했다. 사진 속 아이는 먼젓번보다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섰다. 부루퉁한 표정을 한 채. 실은 살짝 귀엽기까지 했다. 여전히 그녈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대신 완전히 다른 것을 보았다. 사진에 그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장소였는데, 아마도 초원 같았다. 사람들은 그곳을 소위 말하는 Windows XP의 배경화면처럼 묘사했다. 다만 오른편에 동굴이 하나 있었고 박피된 말처럼 보이는 시뻘건 고깃덩이가 그 앞에 놓여 있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모든 게 정교하고 질 나쁜 농담인지 혹은 일종의 테러 행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몇몇 국가는 해당 사진의 배포를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또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 번째로 사진이 게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도 캡션은 같았지만, 대신 아무것도 없이 새까만 배경이 덩그러니 있었다. 원래 아이를 볼 수 있던 사람도 못 보던 사람도 이번에는 똑같은 것을 보았다. 몇 명 정도인가 뭔가 색다른 것을 보았다는 말도 돌았지만 서로 딱히 말이 맞지도 않았기에, 그들 또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빠르게 잊혀졌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사흘 뒤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태양이 사라졌다. 어떤 자취도 없이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고, NASA와 다른 천문기구들은 입을 모았다. 누구도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랐다.

 

그러나 기자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세 번째 사진에서 무언가 보았다고 주장하는 열 명의 사람들을 끈질기게 추적하였다. 하나하나 인터뷰했다. 기자는 그들이 각자 목격한 풍경 속에는 반드시 어딘가에 글자가 하나씩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문장으로 조립했다.

 

NOW YOU CAN'T.

이젠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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