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일어날 시간이랍니다!”
눈을 뜨자 간호사인 주디가 아침 투여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나는 침대에 앉아 소매를 걷어 올렸다. 피부를 파고드는 바늘과 그를 통해 정맥으로 흘러드는 약물이 느껴졌다.
간호사가 크게 미소지었다. “잘했어요! 이제 아침 먹으러 구내식당에 가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친구라고… 여긴 내 친구라곤 없다. 내 친구들은 거의 백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단 말이야. 삶을 즐기고, 학교에서 새로운 걸 배우고, 파티에도 나가면서 말이야. 청춘을 이렇게 정신병동에서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날 여기에 넣었다. 학교에서 재차 공황 발작을 일으킨 뒤에. 난 통제를 잃었고 그만 멍청한 짓을 할 뻔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멍청해 보이는걸….
돌아버린 노라의 병실을 지나쳤다. 그 비명은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녀는 항상 몇 번이고 “켈리! 제나!”라고 부르짖는다, 그 이름들이 뭘 뜻하는진 몰라도. 진정제를 쥔 의사 둘이 급히 노라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곳은 죄다 노라 같은 환자들뿐이다. 내가 이곳에 어울리는 것 같진 않은걸.
구내식당에 들어서자 큰 소리가 들린다. “놀랐지!”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환자들이 숫자 초를 박은 케이크를 두고 모여 있다―1과 7―그리고 메시지도 보인다: “생일 축하해, 로빈!” 그래. 내 열일곱째 생일이지. 신나라. 완전히 잊고 있었네. 나는 억지로 웃음 짓곤 촛불을 껐다.
케이크에선 비누 맛이 난다. 아니면 기침약.
아무도 안 볼 때 초들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것들이 내가 챙길 수 있는 그나마 가장 선물스러운 물건이다.
병실로 돌아가는 길에 간호사와 만났다. 엄마, 아빠가 날 보러 오는 거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움츠러들더니 아무 말도 없이 멀어졌다.
망할 년.
침대에 누워 팔을 뻗었다. 내 손을 들여다보았다. 어딘가… 이상하게 생겼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내가 먹는 약의 부작용일까?
주디가 내 고민을 방해하러 왔다. 내 복용약의 오후분을 챙겨서.
“기분은 어때요? 깜짝 파티는 즐거웠고?” 짜증 나도록 밝은 웃음과 함께 그녀가 물었다.
“네, 오늘이 생일인 것도 잊고 있었네요.”
간호사는 내 손을 잡고 말하길, “걱정하지 말아요. 누구한테나 있는 일이니까.”
이왕 손을 잡은 김에, 난 내 피부가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물었다.
주디는 불쌍하다는 듯 날 보았다. “그 나이에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나?”
멀쩡한 사람 놀리는 거야 뭐야? 더 못 들어주겠네.
“난 겨우 열일곱이란 말에요!” 난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내 나이대 애들 누가 이런 손을 하고 돌아다녀요! 한 번 좀 보라고요!”
난 주머니에서 초를 꺼내 간호사의 얼굴에 문대다시피 들이밀었다.
“안 보여요? 17!” 나는 고함쳤다.
손이 떨렸다. 주디가 부드럽게 초를 받아갔다.
“로빈, 17이 아녜요. 내가 순서 제대로 맞춰줄게요. 7하고, 1이에요.”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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