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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하구나(I`m so sorry)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19. 10. 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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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력했어. 정말이란다. 네가 지금 겪는 온갖 고통을 보자면 그렇게 안 보일지도 모르지. 네가 이 말을 안 믿을 것도 안단다. 하지만 난 정말 노력했어.

 

난 줄 수 있는 모든 걸 줬어. 음식도, 집도, 사랑도; 네가 울적할 때 같이 놀 수 있는 털북숭이 친구들까지. 음식이 최고급은 아니었을지 몰라, 그렇지만 최악도 아니었다구. 나머지 물건들은 네가 지금 바꿔놓은 걸 보니 점점 마음에 안 차게 되었나 봐. 하지만 내 사랑은?

 

난 너를 있는 힘껏 사랑했단다.

 

네가 의심을 품게 된 날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다른 모두가 들으라는 양 고개를 쳐들고 날 저주할 땐, 그만 울어버렸지. 그 눈물이 내가 힘들여 일군 것들을 온통 엉망으로 망쳐놓은 뒤에도, 난 쉼 없이 나아갔어.

 

그렇게 잠깐은 모든 게 좀 나아졌어. 머잖아 훨씬 더 심해질 걸 알았어야 했는데.

 

넌 제 앞가림을 하기 시작했지. 내 품을 떠나 날 잊어가기 시작했어. 너만의 삶을 일구면서. 이따금 연락했지만 넌 거의 답을 주지 않았지. 그래도 괜찮았어; 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난 아무 말 없이 너를 맞아줬어.

 

널 위해 피도 흘려봤고, 널 구하려 할 수 있는 모든 걸 익혔어. 나 스스로 세운 규칙도 어겼고,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요술까지 부렸지. 전부 너를 위한 거였어. 네가 다시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비록 그것이 다시금 내게서 멀어지는 걸음을 내딛을지라도.

 

그 뒤로 네 목소리를 잊을 정도로 연락을 듣지 못했구나. 그래서 얼마 전 네가 날 찾을 땐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단다. 그동안 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듣기까지 했으니 말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널 위해 달려가고 싶지만, 한편으론 그래선 결국 아무것도 해결 못 할 걸 안단다.

 

언제까지고 네가 지쳐 쓰러질 때마다 널 받아줄 순 없어. 날 영영 변명으로 삼아선 안 돼. 넌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해; 홀로 굳건히 서는 법을 배우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도무지 다른 말이 떠오르질 않는걸.

 

정말 미안하구나. 하지만 네가 아무리 많은 기도를 올리건, 난 더 이상 네 세상을 구원해주지 않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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