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퇴근길의 당신을 누군가가 골목으로 몰아세웁니다. 총을 든 채로요. 어떻게 해야 할진 뻔하죠―얌전히 지갑을 주고 떠나는 것 말입니다―하지만 그날은 영 일진이 안 좋았어요. 짜증은 당신을 무모하게 만듭니다. 곧 몸싸움이 시작되고,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당신의 머리를 비껴갑니다. 당신이 승기를 잡고, 놈을 고꾸라뜨린 뒤 도망칩니다. 겁을 먹은 채 집에 도착하죠.
삶은 계속됩니다. 총알이 얼마나 가까이 머리를 스쳐 갔는지, 하마터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당신은 생각하죠. 그 경험이 당신을 바꿉니다. 인생을 관조하고, 이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고민해보게 되죠.
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추측하고 싶진 않네요.
어느 쪽이건 간에 당신은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심리치료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도움은 안 되는군요. 상담사는 당신이 이미 아는 이야기들을 줄곧 늘어놓을 뿐입니다.
연인이나 가족에게 말을 걸지만 그들은 어쩐지… 조금 엇나간 기분입니다. 어딘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피상적이에요. 직장은 단조롭기 그지없습니다.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지요.
당신은 그걸 녹음합니다. 그 결과 이틀 연속으로 완전히 똑같은 대화가 반복되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곤 두려움에 휩싸이네요.
뉴스를 볼까요― 아무것도 변하질 않네요. 세상이 얼마나 혼잡했는지, 기억하죠? 하지만 골목에서의 그날 이후 아무것도 바뀌질 않아요.
당신은 차를 출발시킵니다.
그 골목에 되돌아갈 때까지 당신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론 한 번도 와본 적 없었죠. 내딛자 거기 당신이 있네요. 머릿속엔 총알을 박힌 채 나뒹굽니다. 다른 사람도 보이는군요.
어떤 사람인진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이 어떤 문화적 배경에 있는지 모르니, 사신이 어떻게 보일지도 알 수 없지요.
당신은 이미 벌어진 일을 다 알았습니다. 그 존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이죠. 그날 싸움에서 이긴 건 당신이 아니었어요.
그거 아나요? 사람들은 안 죽어요. 원래 그래요. 그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지레 제 삶이 이어지는 걸 상상해버리죠. 전과 똑같은 인생을 사는 스스로를 떠올리는 겁니다. 물론 잘되지 않지요. 한 명의 정신으로 온 세상을 꾸며낼 순 없습니다. 계속 반복되고, 어긋나고 단순해지죠. 그들은 곧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너무 많이 알아버리고 말죠.
그리고 알게 되는 겁니다.
당신을 둘러싼 풍경이 공허와 냉기와 어둠과 無로 떨어져 내리거든, 당신은 환상에 남길 스스로 원합니다. 연인과 직장, 당신의 집을 불러내려 하죠.
그렇게 되지 않아요.
한 번 알아차리면 돌아갈 수 없어요.
이제, 언제 일어났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강도였을 수도 있죠. 자동차 사고였거나. 질병이나 화재나 자연재해였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까지 왔죠.
그런 거예요, 맞죠?
그래요.
그런 일이 있던 겁니다.
부디
그렇게 알고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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