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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의 딜러(The Dealer On The Bridge)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19. 10. 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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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교각 끄트머리에서 딜러를 기다린다. 항상 그렇듯 그는 늦고 난 이르게 왔다. 2년 동안 매번 이곳에서 만나 내 몫을 받아갔지만 그렇다고 두려워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그가 나타나지 않고 내가 바라는 물건도 영영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

 

해가 졌고 겨울이 훌쩍 다가왔다. 엄청나게 추워 발가락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맹세컨대 웬 놈이 날 주시하는 게 틀림없다. 딱 한 번 돌아봤지만 나랑 육 미터쯤 떨어져서 걸으며 발소리도 내지 않았다.

 

제발, 신이든 뭐든 있다면 그놈이 내 약속 상대이길 빌고 싶다. 이리로 오기 전 주변을 살피는 것일 뿐이라고 믿고 싶다. 까놓고 말해서 그가 하는 짓은 합법이 아니니까.

 

드디어 놈이 내게 다가왔다. 의심이 도져 덜컥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기운도 없다. 요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몸이 말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로 강도에게 돈을 뜯기더라도 약값은 어떻게든 구하게 되리라 멋대로 합리화할 수밖에 없었다. 점차 딜러의 생김새가 드러나며 한 줄기 안도의 한숨이 나를 감싼다. 그가 고갤 끄덕이고 난 손을 흔든다.

 

여기요, 돈 가져왔어요. 그쪽은요? 평소보다 좀 더 필요할

 

그게 말요, 형씨, 시장이 워낙 변화무쌍합디다. 가격이 올랐어요.”

 

제기랄. “얼마나요?”

 

“1회에 80.”

 

씨발 맙소사. 돌아버리겠네. 분명 눈앞의 이놈 같은 것들이 작당해서 처먹는 거다.

 

아니, . 그만큼이나 어디서 끌어와요. 다음에 이번 값까지 쳐서

 

그건 안 돼요. 미안하게 됐수다. 돈 없으면 물건도 없수.”

 

이놈을 죽여버리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 대체 뭐 하자는 짓거리야, 남한테 필요한 걸 갖고 장난질이나 치는 게? 딜러가 멀어진다. 좆이나 까라. 빌어먹을, 좆이나 까라고.

 

이봐요! 가지 말아요!” 점점 어둠에 잠기는 뒷모습에다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돈을 들고 와요!” 그가 되받아친다. 역겨운 놈.

 

뒤쫓고 싶지만 몸이 아프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저 망할 놈. 그게 없으면 안 되는데.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놈 잘못도 아니지.

 

요새는 인슐린이 너무 비싸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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