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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삶(Rural America)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19. 8. 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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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와 로렌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다. 휴는 네 번째 데이트 도중 그녀야말로 운명의 상대라는 것을 알았다. 둘은 관람차 안이었고, 불꽃놀이의 잔향이 밤하늘과 로렌의 얼굴에 내렸다. 휴는 주머니에 든 것을 건넸지만 채 두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그러기도 전에 로렌이 휴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말하길. “응, 응, 물론이지!”

 

결혼하고 이년 뒤 둘은 타일러를 낳았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경찰차 사이렌을 이겨 먹고도 남았다. 타일러는 부부가 고된 일상을 보내게 만들었지만, 휴와 로렌 모두 둘째를 임신한 걸 알았을 때 기뻐하였다. 그렇게 태어난 제임스는 타일러와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도시에 사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4인 가족이 된 지금, 휴는 얼마 안 가 다른 곳에 자리 잡아야 할 것을 알았다. 중개업자는 텍사스 외곽의 침실 세 개짜리 매물을 가져왔고, 휴는 즉시 달려들었다. 조금 후미진 곳이긴 했지만(라고 로렌은 강조했다), 휴는 그 가격이라면 충분히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가족은 새집에 도착했다. 로렌도 불만스러웠던 것을 잊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겼다: 대자연 속의 삶이란 꼭 동화 같은 일이었다.

 

“제임스, 타일러, 너무 멀리 돌아다니지 말렴!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아직 짐 옮기시잖니!”

 

휴가 웃곤 로렌을 바짝 끌어당겼다. 아이들은 마당을 들쑤시며 저희끼리 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게?”

 

로렌이 미소지었다. “뭔데?”

 

“애들 재우면, 셋째도 한번 만들어보자고.”

 

로렌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를 밀어내는 척했다. 그녀의 손이 휴의 손을 포갰다.

 

“그럴까. 여기 정말 멋진 곳 같아. 나도―방금 무슨 소리야?”

 

“응?”

 

“저 소리 말야. 안 들려?”

 

휴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것도―잠깐만, 나무 뒤편인데. 뭐지?”

 

둘은 숲을 살폈다. 대낮이라고 한들 십오 미터 너머로는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타일러, 제임스, 이리 오렴! 숲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

 

너무 늦은 뒤였다. 수풀에서 야생 돼지 떼가 튀어나왔다. 분개하며 내뱉는 울음이, 엄니가 공기를 찢었다. 무려 서른에서 쉰 마리에 달하는 무리가 돌진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돼지 무리가 그들을 둘러쌌다.

 

“얘들아!”

 

로렌이 소리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너무 멀었다. 아이들이 발굽 아래 짓이겨지고 그 비명이 돼지 떼의 고함에 파묻히는 것을 부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찰나에,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돼지 무리는 숲으로 빨려들듯 사라졌다. 두 아이의 몸뚱이를 남겨둔 채, 그리고 로렌의 행복과 그를 꿈꾸던 희망을 산산조각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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