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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인간들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0. 7. 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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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하우스 농장에는 새벽 세 시 사십삼 분에 도착했습니다. 익명의 전화가 실종된 아이는 거기 있다고 했거든요. 으음, 데이브, 아니 데이비드요.

 

데이비드 린필드 말입니까?

 

맞아요. 그 애예요. 사라진 지 일 년쯤 지나서 거의 죽은 셈 되었죠. 몇몇 등산객들이 플레처 봉우리 근처에서 그 애의 찢어진 옷가지를 발견한 뒤엔 더더욱. 그 근처에는 퓨마도 살고, 뭐 대충 아실 겁니다.

 

압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농장에서 데이비드를 봤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관에서는 절 보내 둘러보라고 했죠.

 

당신만 간 겁니까?

 

, 그래요. 솔직히 우리도 진짜 찾을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알잖습니까.

 

그리고 농장에 도착했군요.

 

그래요. 그 농장. 아시다시피 버려진 지 수십 년은 됐죠. , , 사건이 일어난 뒤에요.

 

거기 살던 가족들 말이죠.

 

고약한 일이에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졌죠, 아무튼, 우선 농가부터 샅샅이 뒤져보기로 했어요.

 

그리고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먼지랑 새똥 빼고.

 

그래서 청소를 했나요?

 

. 삼십 분쯤 걸렸죠. 시간 낭비만 했어요. 그리곤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근데 있잖아요. 헛간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어요.

 

좀 더 자세히 묘사할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꽥꽥하는 소리? 소름 끼치게 높은 그런 소리요. 사슴이나 뭐 그런 게 갇혀서 다쳤거나 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엽총부터 단단히 쥐었습니다.

 

안에 뭐가 있었습니까?

 

뭔지 존나 잘 알고 있잖아요, 젠장.

 

기록에 남겨야지요, 헨리.

 

좋아요, 니미. 그 애를 찾았어요. 안 그럽니까. 데이비드 염병뭐시기하는 린필드요.

 

어디서요?

 

그 염병할 헛간에서요, 조나.

 

자세히 말해줘요, 헨리.

 

상자에 들어있었어요. 헛간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게 그거였어요, 우라질 나게 작은 상자. 한 변이 육십 센티미터쯤 됐나 모르겠어요. 그 소리는, 꽥꽥거리는 소리는 더 커졌어요.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상자에 난 틈으로 눈길을 얼핏 봤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게 그 애라고 알았죠.

 

그래서 상자를 열었나요?

 

, , 으음. 씨발.

 

헨리, 괜찮아요?

 

, . 니미. 미안합니다.

 

뭘 봤지요?

 

, , 설명하기 힘들어요. 그 애가 상자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왜 있잖아요. 그 애 자체가 상자였어요.

 

무슨 뜻입니까?

 

납치범이 그 애를 낚아챈 날 곧장 그 애를 거기 밀어 넣은 것 같더군요. 팔다리를 씨발 다 부러뜨리면서까지, 그 자그마한 상자에 욱여넣었어요. 그러니 그 애 몸이 나을 때쯤엔.

 

쯤에는?

 

, 그 모양 그대로 굳어버렸죠. 몸이 상자가 됐어요.

 

그 뒤에는요?

 

그 뒤에는 씨발 내 창자가 다 쏟아질 때까지 토했죠. 손전등을 들고 헛간의 다른 구석이 어떤가 보기 전까진 말입니다.

 

왜 그랬나요?

 

꽥꽥거리는 소리가 더 있었거든요.

 

다른 상자들이라.

 

, 으으, , 그래요. 몇 다스는 있었어요. 몇 다스나 되는 인간 상자들.

 

초기 대응반 말에 따르면 당신이 데이비드를 상자에서 꺼내려고 했다지요.

 

, 으으. 미안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지요?

 

내가 어, 내가 걔를 상자에서 들어 올렸지요.

 

그리고요?

 

애가 나를 봤어요. 그 니미럴 무너진 얼굴에 달라붙은 커다란 눈으로. 그리곤 그 애가, 으윽.

 

그 애가 뭘요?

 

웃었어요. 씨발 웃었다고요. 그리고 내가 평생 못 잊을 말을 했어요.

 

그 애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다시 넣어주세요. 그 애가 그러더군요. 날 집에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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