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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게 추웠다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0. 5. 2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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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은 추웠다, 끔찍하게 추웠다.

 

얼음괴물이 그를 덮칠 즈음 레오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레오는 어린애처럼 흐느끼며 그것이 기어드는 모습을 묘사했다. 동료 수감자들은 구석에 내몰린 그를 상상할 수 있었다. 한 뼘 한 뼘 그것이 가까워지는 와중 잔뜩 옹송그린 레오의 모습을 떠올렸다. 최후의 순간 그는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다.

 

레오의 비명과 함께 알폰소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레오의 절규를 덮어씌우기 위한 사실상의 미봉책이었다. 수감자들이 지구에 있던 시절 노래하던, 인간이 지구 밖을 누비지 않던 시절의 오래된 곡이었다. ‘블랙홀 태양이라는 이름의 노동요는 우울하고 이리저리 늘어진 가락을 하고 있었다.

 

감옥은 명왕성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이었다. 태양계 가장 질 낮은 쓰레기들을 위해 예비된 곳. 알폰소는 그곳에서 십 년을 복역 중이었다. 그는 감옥 마지막 통로의 마지막 방에 배정받았다. 그의 방 창문으로는 명왕성 북극의 동토대를 굽어볼 수 있었다. 이따금 피어나는 오로라는 신조차 눈시울을 붉힐 만큼 아름다웠다.

 

꼭 거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았다.

 

그리고 얼음괴물이 나타났다. 아니면 다른 수감자들이 말하는 대로 빙하이거나.

 

얼음괴물이 나타나자 간수들은 도망쳤다. 감옥 남서쪽 구석의 틈으로 그것이 차올랐다. 괴물은 간수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기 전 최소한 두 명을 잡아먹었다.

 

단 한 명의 죄수도 석방되지 않았다. 간수들은 앞다투어 탈출 포드에 달려들어 가까운 식민구역으로 사출되었다. 그것이 벌써 일주일 전이었다.

 

한 땀 한 땀 감옥이 잡아먹혔다. 구역 구역마다 비명이 치솟곤 끊어졌다.

 

낭설이 떠돌아다녔다. 얼어 죽는 기분이다. 아니다, 불타 죽는 기분이 된다. 아니다, 얼음괴물은 산성액처럼 우릴 용해시켜 잡아먹는다, 아니다, 용암처럼 녹여버리는 거다. 얼음괴물은 살아있다. 얼음괴물은 이 행성 그 자체다.

 

이건 유기물이야.” 얼음괴물이 그의 방 벽을 뚫고 들어온 날 빅터는 말했다. 몇 시간 뒤 레오가 그의 엄마를 찾으며 죽어갔다. “우리 몸에서 탄소를 빼가는 거라고.”

 

어떻게 생겼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그 지랄맞은 거 있잖아. 슬라임인가 뭔가 하는. 그래. 뽕 맞은 파란색 슬라임처럼 생겼어.”

 

알폰소는 빅터의 목소리에 담긴 두려움을 읽었다.

 

나한테도 노래 불러줄 거냐?”

 

뭐가 듣고 싶은데?”

 

그 귀따가운 거나 한 번 더 불러줘. 기다릴 거 없잖아. 후딱 해치울 건데. 나 아직 있을 때 부르기나 하라고.”

 

짧은 작별을 나눈 뒤 알폰소는 한 소절하고도 후렴을 불렀다.

 

그날 빙하는 알폰소의 감방으로도 찾아왔다. 벽을 뚫고 질질 스며들었다. 그 느긋한 움직임으로 알폰소를 놀리기라도 하려는 듯했다. 그것의 창백한 푸른빛이 오로라처럼 춤추었다.

 

알폰소는 비명 지르는 자신을 떠올렸다. 아주 크게 소릴 지르면 창살이 부서질지도 몰랐다. 문이 열릴 것이고 알폰소는 그것을 타고 얼음괴물을 따돌린 뒤 아직 남은 탈출 포드를.

 

아냐.

 

아냐. 이게 끝이야.

 

알폰소는 십일 년 전 제 손으로 폭행 살해한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보고 싶었다.

 

얼음괴물이 조용히 그에게 다가왔다.

 

알폰소는 그것에게 노래했다. 오로라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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