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희미한 빛으로 일렁이는 문이 보였다. 그리고 허리가 굽은 노인도. 그는 간신히 내 인기척을 눈치 챈 것 같았다.
내가 부르자, 그가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천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이 사후세계이며 내가 그 일원이 될 자격을 얻었다고 말해주었다. 경전은 사실이었다. 이곳은 영원한 평화와 사랑, 안정의 장소였다.
즉각 어머니가 떠올랐다. 당신께서는 나를 위해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치르셨다. 세상의 온갖 맵고 쓴 맛을 오롯이 나만을 바라보며 감내하셨다. 존엄하고, 고귀하고, 긍휼하게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서로 나눌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이제 영원히 그럴 수 있다.
감격에 겨운 채로, 나는 그에게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만히 나를 지켜보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리고 단호히 말했다.
“그럴 수 없소.”
그가 그런 대답을 한 이유를 생각하는데, 눈앞이 흐려졌다. 둘이 만날 수 없는 이유―나올 수 있는 결과란 한 가지 뿐이었다. 그 깨달음이 날 갈가리 찢어놓았다. 무릎이 후들거린다 싶더니 왈칵 울음이 터졌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앙상한 손길이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어머니께서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들자 그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얻어 물었다.
“함께 천국에 있다면 왜 만날 수 없습니까?”
젖은 눈으로 그는 대답했다.
“그녀가 그리는 낙원에는 그대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