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라진 사람들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1. 6. 6. 15:10

본문

어느 날, 삼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라진 자들 중 지인을 두고 있었다. 사라진 자들2년 전 그날 종적을 감춘 사람들을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당신의 딸이거나, 약혼자일 수도 있었다. 부모님 두 분에 더해 친구 한 명까지 잃어버린 경우도, 거의 알지 못하는 사이인 경우도 있었다. 아무도 잃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누구도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너무 이기적이지 않겠는가? 나는 가족 중 혼자만 남겨진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곁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면 당신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남동생을 잃었다. 그 일이 일어나는 것까지 보았다. 그렇게 극적이지도 영화 같은 일도 아니었다. 두꺼운 안개에 휩싸이는 일도, 시퍼런 빛줄기에 납치당하는 일도 없었다. 거기 있었는데, 그다음엔 없었다. 그를 비롯한 2999999명의 다른 사람들도.

 

삼백만 명이라니.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 남겨진 사람들끼리 추도식을 치를 때였다. 누군가가 일어나 눈물겨운 연설을 할 차례였는데,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기 시작했다. 사라진 자들. 내 형제. 아마 어린 쪽이었을 거다. 어떻게 걔 얼굴을 잊을 수 있지? 그 웃음소리를? 걔 눈동자 색이 왜 안 떠오르는 거야?

 

사진을 찾아봤다. 걔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했지만, 하나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진을 어마어마하게 챙겨놨었지만, 심지어 내 휴대폰으로 직접 찍은 것들도 지워진 것 같았다.

 

우리가 보관하던, 걔가 갖고 놀던 오래된 장난감들은? 다 사라졌다. 액션 피규어도 낡은 봉제 인형들도. 걔가 그렸던 그림들도. 유치원에서 엄마 아빠한테 만들어준 공작품이랑 미술 활동들도. 우리가 보관하던 걔 물건들이, 전부,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걔가 간 곳으로? 그곳이 어디든 간에, 어디든 간에

 

어디든 누구든지, 어라? 누가?

 

무슨 얘길 하고 있었지?

 

, 그 사람들. 그렇지.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듣기로는 거의 사백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했다. 행방불명되었다. 그게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다행방불명자들. 좀 이기적인 말이지만, 내 지인들이 그중에 없어서 다행이다.

 

'공포단편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좋은 곳  (0) 2021.07.16
그다음에  (0) 2021.06.12
얼마나 지났지?  (0) 2021.05.30
환자면담  (0) 2021.05.02
사티바 이모  (0) 2021.03.0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