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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파내주오(Dig Me Up)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0. 2. 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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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을 땅에 묻지 마세요!” 무덤 속 죽은 자들이 읍소했다.

 

그들은 아직 살아있는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발신자는 그냥 땅속으로 나왔다. 모두가 그런 전화를 받았다, 죽은 친척들이 자길 파내라고, 고문과도 같은 그들의 관에서 꺼내 달라고 부탁했다. 죽은 자들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이를 딱딱 부딪쳤다. 몇몇 목소리는 제 어미에게 담요로 질식당하는 아기처럼 뭉개졌다 그들의 관짝은 부서져 있었다. 흙이 쏟아져 고인의 열린 입과 빈 모든 구멍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도 거기에 밀려나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딸과 아들들의 전화를 우리는 들었다. 우리는 그들을 그 지옥과도 같은 곳에 밀어 넣은 것에 대하여 용서를 빌었다. 전화를 끊고 우리는 각자 삽을 거머쥔 채 묘지로 모였다. 해질녘이 되자, 모든 묘지가 파헤쳐졌다. 쪼개진 관을 한편으로 치워놓고 우리는 시신을 모아 드높이 쌓아 올렸다. 휘발유로 흠뻑 적신 뒤 더미에 불을 댕겼다. 그리곤 뒤로 물러나 미소 지으며 지켜보았다. 죽은 자들이 재가 되고 그 잔해들이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옳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야 그들은 진정 안식에 들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의 애원은 여전히 들려온다. 바깥에 서서 바람에 귀를 기울여라. 그들의 영혼이 나동그라지며 기류에 붙잡히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멀미에 시달리듯 메스꺼워하는 그들의 신음이 들릴 것이다. 그들을 들이쉬어라, 그리고 그 절망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알아두어라, 당신 자신 또한 언젠가 그들처럼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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