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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해요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0. 6. 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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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어느 날 미쳐버리지 않을까 항상 걱정했다. 가족력이 있기에 마음의 준비도 했다. 우리 엄마는 특별히 폭력적이진 않았지만 평생 약을 달고 살았다. 난 열두 살 때부터 내가 혹시 미쳤다면 느껴질 증상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왔다.

 

많은 정신질환자와 달리 내 문제는 머릿속의 목소리들로 처음 나타나지 않았다. 몇 달 전부터 사람들이 보인다. 처음엔 토니, 다음이 버논, 크로울리, 이제 루크까지. 이 네 명이 언제나 나를 따라다닌다. 내 집에서 잠도 자고, 찬거리를 사러 가도 따라 나오고, 항상 내 근처에 머문다. 네 명이 내게 시키는 짓들만 없었더라면 그들이 진짜라고 믿었을 정도다.

 

저놈을 찔러라.” 토니는 내 귓가에 속삭인다.

 

저 아이의 목을 조르게.” 버논이 말한다.

 

노인네한테 한 방 먹여버려.” 크로울리가 쉿쉿거린다.

 

저 여자를 기찻길로 밀어버리자구.” 루크가 요구한다.

 

환각은 너무나 생생하다. 그들이 무얼 입었는지까지 줄줄 읊을 수 있다. 루크의 향수 냄새와 버논이 내 등을 쿡쿡 찌르는 감각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가족의 정신병력 덕분에 난 그들을 무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불운하게도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나에게 무시당하자 환각은 점점 더 화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의사와 약속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난 비서에게 말을 걸었다. “에스티 선생님하고 두 시에 예약했는데요.”

 

그녀는 내게 빡빡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말했다. 종이와 펜이 붙은 클립보드를 내게 건네주었다. “첫 방문이셔서 작성해주셔야 하는 게 좀 있어요.”

 

펜을 꺼내서 이 년 눈깔 한 짝을 후벼.” 크로울리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죽여라, 당장.” 토니가 다른 쪽 귀에다 속삭였다. “네가 안 하면, 우리가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그리고 친구분들은 밖에서 기다려주셔야 해요.” 비서가 말했다.

 

이 사람들이 보여요?” 나는 충격받아 물었다.

 

당연히 봤죠.” 그녀가 말했다. 그 눈길은 나와 같이 있는 넷에게 각각 들러붙었다 떨어졌다. 연기라기엔 너무 정확했다. “정신과 면담에 친구분들이랑, 그것도 네 분이랑 같이 오시는 경우는 좀 드물어서요.”

 

엿이나 먹으라고 하게.” 버논은 실망하여 외쳤다. 그는 양팔을 공중에 치켜들었다. “안 될 게 뭔가?” 기다리던 환자들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래, 엿먹이자구.” 루크가 소리 없이 웃었다. 복대에서 한 쌍의 나이프를 꺼낸 뒤였다. “아쉬운 사람이 해야지칼날이 번쩍이자 누군가가 피가 굳는 듯한 비명을 터뜨렸다.

 

이윽고 학살이 시작되었다. 누군가 문으로 달려갔지만 토니에게 붙들렸다. 다른 사람은 미약하게나마 저항했지만 버논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크로울리는 비서의 키보드를 무기 삼아 휘둘렀다. 루크는 그의 칼로 한 명 한 명을 빠르게 처리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정신과 약속을 잡길 잘했지. 난 미친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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