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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없음(Unanswered)

공포단편 번역

by 글문어말슴 2020. 1. 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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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커피에서 눈을 떼고 휴게실 텔레비전으로 눈을 돌리자 익숙한 빌딩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화면 아래편에선 뉴스 배너가 비상상황임을 알리며 굵은 글씨들을 토해냈다. 고작 이 초 만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심장은 가슴팍을 뻑뻑 두드려댔고 머릿속은 멍한 부정과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을 오가는 어지러움에 사로잡혔다.

 

총기 난사.

 

이봐.” 백만 마일은 더 떨어진 듯한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에 손이 얹혔다. “저기 자네 아내 일하는 곳 아냐?”

 

나머지는 기억이 흐릿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고통스러우리만치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바닥에 부딪혀 깨지는 머그잔, 차 키를 부여잡고 주차장까지 달려가던 동안 어찌나 주먹을 꽉 쥐었는지 꼭 금속 치아가 내 손바닥을 물어뜯는 것 같다고 느낀 것, 앞뒤 가릴 겨를 없이 차선에 마구 끼어들자 울리던 분노에 찬 클랙슨과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 그 내내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통화연결음이 내 해골을 파먹는 드릴 소리처럼 들렸지만, 그녀는 결코 받지 않았다텔레비전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번호를 연신 두드릴 때도,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 그녀의 사무실로 달려갈 때도, 경찰 사이렌의 흐느낌과 구급차의 붉은 섬광을 보고 멈추어 설 때도. 나는 그녀의 동료들을 봤다: 핏자국이 옷가지에 점점이 흩뿌려지고 그들이 서로를 안고 신음할 때마다 충격이 얼굴에 깊게 새겨지는 것을 보았다. 크게 다친 사람들은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거나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십오 년이나 걸려 결혼에 골인했는데, 그 모든 게 끝나는 데 총알 한 방이면 충분했다.

 

이윽고 그녀의 장례식을 치른 뒤 슬픔에 압도당해 수면제조차 듣지 않게 될 무렵, 나는 병원에 있는 그녀의 동료를 방문했다. 이기적인 이유에서였다: 나는 내 아내의 마지막 순간에 사로잡혀 있었고 때문에 그 동료가 무언가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무엇이라도 말이다. 그것이 여전히 뜬눈으로 차고 공허한 밤을 지새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해답을 줄 수 있다면.

 

우린 벽장에 숨어있었어요.” 그가 속삭였다. 한 단어 단어를 발음하면서도 힘에 부쳐하는 것이 보였다. 그의 몸은 온갖 관와 게이지의 미궁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입을 막고 있었고 저는 숨을 참았어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는 총격범의 발소리를 들으면서요.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저는 생각했죠. 마침내 방 건너편에서 손잡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가 떠나려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리고요?”

 

그 대답은 날 평생 쫓아다닐 것이다.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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